독일계 유니버셜 뱅크 도이치 방크는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도이치 방크의 가장 큰 백그라운드유럽의 사업 환경 악화이다. 현재 10년물 독일 국채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으며 프랑스, 네덜란드, 스위스의 10년물 국채 수익률 역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투자은행 부문의 한 축인 브로커리지 사업은 미국, 유럽 할 것 없이 세계 전체 시장의 크기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또 도이치 방크를 포함한 유럽 은행들은 JP모건, 메릴린치 등 미국 은행들에게 브로커리지 서비스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다. 도이치 방크는 은행 자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IT 인프라 개선, 여전히 실망스러운 실적, 법적인 스캔들 등이 단기간 내에 해결되는 건 불가능하다.

도이치 방크의 경영진은 코메르즈 방크 합병 건을 포함하여 여러 자구책들을 내놨지만, 이미 악화될 대로 악화되어버린 유럽 지역의 사업 환경 앞에서 이러한 자구책들은 별 효과가 없었다. 이제 은행은 최후의 수단으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전체 직원의 20%인 18,000명의 직원을 해고하고 740억 유로에 달하는 자산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매각을 못해서 접는 사업도 있다. 주식 브로커리지 사업이다. 주식 브로커리지 서비스의 수수료는 계속 해서 감소해왔다. 도이치 방크로써는 사업을 유지할 만큼의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도이치 방크는 자사의 주식 브로커리지 사업을 프랑스 은행인 BNP파리바에게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었지만 역시 불발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주식 거래는 완전히 전자화되어있다. 고객이 트레이더를 거치지 않고 바로 증권사의 회선을 통해 컴퓨터로 주문을 넣을 수도 있다. 증권사가 제공하고 있는 주식 브로커리지는 증권사의 주요 사업들 중에서 AI로 대체하기 가장 쉬운 부분이다. 또 AI로 대체가 일어날수록 사업을 운영하는 데에 필요한 인력의 숫자는 적어진다. 필요 인력이 적어지는 만큼 해당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의 인하 여력이 생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주식 트레이딩에 대해서는 수수료 인하 경쟁이 심하다고 한다. AI와는 관련없지만, 당장 한국에서도 개인 투자자 고객들의 주식 거래에 대해서는 거래 수수료를 안 받고 있는 증권사가 많다.

도이치 방크는 주식 브로커리지 사업에서 철수하는 최초의 벌지브래킷 투자은행이 되었다. 주식 브로커리지 사업은 앞으로도 쉽지 않을 듯 하다. 벌지브래킷급의 네임밸류와 규모를 가진 곳만이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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