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에서 큰 이슈가 되는 정책으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있다. "탈원전", 말 그대로 전체 국가의 전기 생산에서 원자력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인다는 뜻이다. 그리고 LNG와 같이 연소 과정에서 유해물질을 비교적 적게 배출하는 자원을 사용한 발전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발전의 비중을 높이겠다고 한다. 공격을 상당히 많이 받고 있는 정책이다. 비판하는 쪽의 가장 간단하고 직접적인 근거는 한전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재생에너지의 인프라는 충분하지 않은 상황인데, 당장 전기는 필요하다. 당장 쓸 수 있는 전기를 만들 수 있는 발전은 LNG발전과 화력발전이다. LNG 발전은 원자력 발전에 비해 많이 비싸니 원가는 오른다. 민간에서 느끼는 경제 상황이 안 좋으니 공공요금에 속하는 지금 당장 전기세를 올리기는 힘들다. 내년에는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한전의 적자가 쌓여도 정부 정책에 변화는 없어 보인다. 현 정부 인사들이나 여당 인사들이 내세우는 근거는 여러가지가 있다. 그들 중 하나는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의 선진국들이 원자력 발전 비중을 줄이고 대신 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추세를 따라가야한다는 것이다. 이거 자체는 맞는 말이다. 유럽은 현재 환경적, 사회적 그리고 기업 거버넌스를 중시하는 방침 Environmental, Social and Corporate Governance, ESG 에 가장 민감한 지역이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같은 주요 국가들이 2030년-2040년 내로 화석 연료로 운행되는 자동차들의 운행을 전부 금지하는 법을 제정하고 있다. 미국이나 아시아에 비해서 상당히 급진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이러한 과정에서 정치적, 경제적으로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양이지만 그래도 열심히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가장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기업들은 석유 및 가스를 생산하는 에너지 기업들이다. Exxon Mobil, Chevron, Shell, BP, Total 등의 오일 메이저들은 이러한 친환경 운동가들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보통 친환경 운동가들이 하는 운동이라 하면 공중 시위를 하거나 주주 총회에서 기습적인 시위를 하는 정도가 떠오른다. 허나 이러한 활동들은 유럽 전체 지역의 ESG 기조와 맞물려 단순한 목소리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고 한다. 파이낸셜 타임즈에 따르면 'Climate Action 100+' 와 'Follow This' 와 같은 친환경 운동 단체들이 BlackRock을 포함해 수백 개의 자산운용사들로부터 후원 사인을 받아 냈다고 한다. 이 자산운용사들이 모두 ESG 기조를 내세운 펀드를 운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많은 펀드매니저들은 기후 변화를 가장 큰 위험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ESG 기조는 단순한 목소리를 넘어서 점점 더 기업의 경영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 유럽 국가들은 정부의 성향에 관계없이 대체로 ESG 기조를 중시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ESG에 크게 관심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환경 규제들을 철폐하였고, 석탄,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 사업에 상당히 우호적이다. 허나 만약 오는 2020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미국 정부 역시 ESG 기조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오일 메이저들 중 이러한 ESG 기조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회사는 바로 영국의 Shell 이다. Shell 은 자사의 에너지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 뿐만 아니라 자사의 고객들이 제품을 이용하면서 발생하는 유해물질까지 신경쓰겠다고 한다. Shell을  포함한 오일 메이저들은 재생에너지 사업을 전개하고 있기도 하다. '탄소 중립적인 비즈니스'들이 상당히 빠르게 전개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가 산업 전체를 상당히 빠르게 바꾸고 있다는 말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일메이저들은 재생에너지 기업들을 인수하기도 하고, 새로운 재생에너지 사업을 시작하기도 하는 등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실 현재 진행 중인 ESG 기조에 기반한 에너지 사업들은 별로 성공적인 것 같지 않다. 현재 재생에너지는 초기투자 단계라고 볼 수도 있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일단 화석연료 사용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에서 굳이 재생에너지, LNG 등을 사용하는 것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독일의 탈원전은 자국에서도 상당한 비판을 받고 있고, 프랑스도 정부가 유류세를 올렸다가 대규모 시위를 맞닥뜨리기도 했다. 전기차 인프라도 아직도 많이 부족하며, 전기차 사용이 더 확대되기 위한 정부 정책도 부족한 상황이다. 제너럴 모터스와 같은 주요 자동차 회사들은 아직 전기차에서 충분히 좋은 수준의 이익을 못내고 있기도 하다. 주요 회사들이 이러니 변변한 캐시카우가 없는 회사들은 더 하다. 현금이 다 떨어진 테슬라는 현금 조달을 위해 새로운 증권을 또 발행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최악의 경우 테슬라의 주가가 10달러가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사실 오일 메이저들 입장에서도 굳이 ESG 기조에 크게 호응할 필요가 없긴 하다. 몇 십 년 내로 뒤집힐 거라는 위기감은 있지만, 여전히 화석 연료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오일 메이저들은 전통적인 유전, 셰일, 해저 유전 등의 화석연료 비즈니스를 안정적이면서도 충분한 이익이 날 수 있도록 진행하고 있다. BP나 Exxon Mobil 등의 다른 오일 메이저들은 '우리가 제품 생산할 때 나오는 유해물질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는데, 고객들이 제품 쓰면서 나오는 것 까지 책임질 수는 없지 않느냐' 정도의 입장을 내고 있다. 비교적 소극적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도 ESG 기조는 상당한 기간동안 금융시장에서 중요한 테마로 여겨질 것 같다. 한국 역시 이 기조를 빠르게 따라가고 있다. 올해 5월까지 ESG 채권의 발행금액은 5조원선을 넘었다고 한다. 작년 총 발행금액이 4조 9000억원 정도 였다고 하니 이미 작년의 총 발행금액을 넘은 것이다. 이미 미국에 넘쳐나는 ESG 펀드는 한국의 자산운용사들도 이미 운용하고 있다. 유럽의 노르웨이연기금 같은 곳은 사업 진행이 ESG 스럽지 않으면 해당 회사의 주식이나 채권을 매도한다고 한다. 회사채를 ESG로 내놓으면 금리가 5bp - 10bp 낮아진다고 한다.

ESG 채권시장 규모는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 계속 증가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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